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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조성환 [ ladmin ] 추천: 1298, 조회: 5086, 줄수: 151, 분류: Etc.
혼자만의 시간 - 퍼온글 (초강추)

출처 :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1&articleId=12432&pageIndex=1&searchKey=&searchValue=&sortKey=depth&limitDate=0&agree=F


<지금 제 처지랑 너무도 비슷해서 끝에가서 크게 한번 웃었습니다......>


모처럼 일찍 끝나고 고참 직원들의 술자리를 마다한채 집으로 향했다.

음주가무라면 만사 다 제껴놓구서라도 무조건적인 참여정신을 발휘하는 나지만

요 몇달 동안은 회사일이 많이 바빠서 내 몸이 휴식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마눌이의 퇴근시간과,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복귀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2시간..

간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뭘 할까 고민하다가

두 가지의 실행목록이 떠오른다.

하나는

다운만 받아놓고 시간이 없어서 듣지도 못했던 지난 9월의 최신가요를 듣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몇달 전, 싱크대 위쪽에 숨겨놓은 깔루아와 코만도표 보드카를 섞어 내가 좋아하는

블랙러시안이라는 칵테일을 여유롭게 음미하는 것이였다.

조용하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던 터라

결혼 전에는 즐겨했던 취미생활 이였는데

결혼 후에는 항상 나를  끼고 놀아야만 하는 우리 마눌이와 아들 놈 덕분에

내 취미생활은 가정적이지 못하다는 마눌이의 항변에 사치로 전락하게 되었고

그 사치를 즐기기 위해서는 결국 혼자만의 시간을 노려야만 했다.

그 시간이.. 바로 오늘.. 몇 개월 만에 찾아 온 것이다.


일단 컴퓨터부터 킨다.

따라라란~ 윈도우창 열리는 소리.

왠지 오늘따라 경쾌하게 느껴진다.

아직 바탕화면엔 압축된 파일 그대로 9월의 최신가요가 파란 계란 모양으로 남아있다.

압축을 풀며.. 시간을 아끼려고

얼른 싱크대로 가서 칵테일을 만든다.

제조법은 초간단, 맛은 퐌타스틱~  벌써부터 음악과 함께 칵테일 한잔

음미할 생각을 하니 가슴 한켠이 설레인다.ㅋ

이제 칵테일에 얼음을 넣고,

압축이 풀린 음악 파일 중 대충 노래 제목이 발라드 풍인 것들만 선택해서

재생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는 애기쇼파에 기대 반쯤 누운 상태로 칵테일 한모금을 입안에 넣으며 시계를 쳐다본다.

아직 1시간 하고도 45분이 남았다.. 라고 생각하는 찰라.


갑자기


현관문이..


열.려.버.렸.다.





"자기 왠일로 일찍왔네?"

"...."

"모야. 왜 말똥말똥 쳐다만보구 대답이 없어

호진아, 아빠한테 배꼽인사해야지 얼른~"


(곧 이은 세살배기 아들의 배꼽인사)


"...."

"자기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응?"

"어.."

"왜 말해봐. 왜그래 자기?"

"저기.. 한시간만 밖에서 놀다 오지 않을래?"

"왜그러는데?"

"나.. 혼자있고 싶어서.."


순간 마눌이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 준다.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모든 상황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꼭 내 부탁을 들어 줄 것만 같이.. 그런 눈빛으로 말이다.


몇초의 정적이 흘렀을까..


이내 마눌이가 내게 말했다.






"욱기시네~"



뎅장..


그럼 그렇지. 내주제에 무슨 음미고 나발이냐

생각해 보니 오늘은 토요일이라 마눌이가 두시간 일찍 끝나는 날이였다.

현장공사판에서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오늘이 토요일인지도 몰랐나보다.

셋이서 밥먹구 나서

30분만 컴퓨터 하고 와도 된다는 마눌이의 관대함..

이제 10분 남았다.

20분만 했다고 이쁨 받으려면 얼른 가서

아들내미 말태우기 놀이나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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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17(23:11) from 59.30.1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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